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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일상/Daily Life

20240101 - 호치민 일상 기록: 2023년 연말 결산(부제: 떠나가고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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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린 것 같다.

삼재가 껴서 그런가 작년에 비해 이번 한 해가 훨씬 힘들었고, 많이 아프기도 했다.

나는 보통 직장에서 일이 안 풀리면, 그 스트레스를 나만의 시간 안에서 풀려고 애쓴다.

공부를 한다거나, 운동을 한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근데 이번 해에는 진짜 이상하게 운동을 하면서 한 번도 안 아프던 곳이 아프기 시작했고,

머리가 붕 떠 있는 느낌이라 공부에도 집중을 못 한 것 같아 🤥

공부고 운동이고 일이고.. 다 포기하고 싶었던 한 해지만 어찌저찌 버티고 또 버텨서 결국 내가 해냄~~

내년엔 더 좋은 일이 생길까, 더 평온할 수 있을까 기대를 하며 쓰는 내 1년 연말 결산.

 

1월: 베트남에서의 첫 등산

 

1월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녀왔던 떠이닌 누이 바 덴 등산.

아 사진 보니까 하산 길에서 진짜 울면서 내려왔던 것 생각나네ㅋㅋㅋㅋ

운동을 꾸준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등산에는 비비지도 못 할 스레기 신체였다고 한다,,

등반을 해냈다는 기쁨과 뿌듯함도 잠시, 등산을 다녀오고 나서 생긴 알러지가 거의 3달을 넘게 갔어(•̩̩̩̩_•̩̩̩̩)

설 연휴가 가까워지는 어느 날, 해가 지는 저녁에는 흐드러지게 날리던 연들도 보고 왔지

베트남 살 때 아니면 언제 가보냐 해서 설 연휴에 조금 무리해서 다녀온 태국의 끄라비.

호치민에서 국제선으로 방콕, 방콕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 끄라비는

솔직히 기대에 쬐~끔 못 미치긴 했다ㅎㅎ...

그래도 설 연휴 동안 잘 먹고 잘 쉬고 호찌민으로 복귀🤙

새해부터는 나를 위해 쓰는 것 말고도, 완벽한 타인을 위해서 돈을 써보고 싶었고 그래서 신청한 우유배달 소액 기부.

소액이긴 하지만 후원을 하기 시작했고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군

아, 밸런타인도 있었네

한줌인 여직원들을 위해 남직원들이 준비해 준 초콜릿과 개별 선물, 그리고 손편지ㅋㅋ

다들 귀엽다 귀여워~!

뽀또 맘과 혬니와 붕따우 근교 여행을 다녀왔다.

혬니를 작년 뽀또 맘 결혼식에서 봤는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군

뽀또 맘과 혬니 없었으면 호찌민 생활 못 버텼다 진심~~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한국 휴가를 조금 길게 다녀왔다.

아 서나야 제발ㅠㅠ사진 찍고 있는데 앞에다 핸드폰을 들이밀면 어케ㅠ

20대 극초반에 만나 30대까지 벌써 10년 차가 훌쩍 넘어가는 친구들이지만

음료 시키는 취향 확고한 거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찍은 단체사진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개인에 따라 취향 확고한 사진 보면서 혼자 실실 웃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려 회사 동료들의 회식+갑자기 내 친구 부름+법인장님이 자기 친구 부름=이상한 조합의 만남이었지만

생일 축하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언제나 쑥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

혬니 비자 연장하러 나갔다 와야 한다고 해서 그럼 나도 갈래~ 하고 염치없이 따라간 쿠알라룸푸르 1박 2일 여행ㅎ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알차게 돌아다니고 왔당

 

프로젝트 2개 동시 진행하면서 바쁜 와중에 쫌쫌따리 공부해서 드디어 딴 PSM 1.

이때는 몰랐지, 언제 이 자격증이 쓰이게 될지^.ㅠ

이거라도 따놓은 덕분에 12월에 좋은 기회를 얻게 돼서 참 다행이다!

1년을 좋은 것들로만 꽉꽉 채우고 싶지만, 항상 인생은 내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기장을 읽어보니 이상하게 8월부터 회사 일도 꼬이기 시작하고,

운동도 공부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편인데 이때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오버 트레이닝을 해서 족저근막염까지 생겨버림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정말 많이 성장을 하기 시작했던 때인 것 같음

다시 명상을 하기 시작했고, 삶을 살아가는 태도도 다시 정립을 하면서 버티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건 그냥 줘버리기로,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잘 흘러가기만 기도하는 걸로.

드디어 친구들과 함께 간 대만 여행. 짧은 일정이었고 태풍 때문에 전지훈련하는 느낌이었지만ㅋㅋㅋㅋㅋㅋ

짜증 하나 안 내고 최선을 다해서 일정을 마쳐준 친구들에게 박수 짝짝짝👏

코트라 공모전 수기를 3일 만에 후루룩 써서 냈는데 장려상을 받았다!

수상보다 더 값진 것은, 내가 5년간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애썼고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다시 추억해 볼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 더 값진 게 아닐까?

아주 짧게 다녀온 태국 치앙마이 여행, 짧은 만큼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귀중했지

베트남에 살아서 좋은 점: 태국까지 2시간 밖에 안 걸린다 헤헤

혬니랑 의기투합해서 뗏 연휴 때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는 뱅기표를 질러버렸다

이렇게 1월까지 무조건 일해야 되는 이유를 만들어버렸지

직장인이란.. 쇼핑을 하든 여행을 하든 회사를 다닐 이유를 굳이 만들어내게 됨ㅋㅋ

프로젝트 마감 직전에 급하게 다녀온 한국.

왜? 챌니가 결혼하니까!!!!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 붙들고 싶었지만, 작년 챌니의 남친(현 남편)을 보았을 때 느꼈다

둘이 정말 잘 어울리고, 이번에 결혼하겠구나!

챌니는 그때의 남친과 결혼을 했고, 내가 괜히 혼자 감동받아서 쿠션 바른 거 지워질 만큼 울었음ㅠ

왜 우는지 알려주실 분🤧

그리고 대학 시절 때 맨날 PC방에서 같이 죽치고 앉아있던...

막판에 내 학점을 와르르 맨션으로 만든 원인인 동기 서니네 집에 다녀왔다

 

서니는 한창 학교 근처에서 자취할 때 파양당한 고양이 선비를 운명적으로 만나서 데려오게 되었는데,

선비는 좋은 주인을 만난 덕에 할배가 된 지금까지도 질병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추위 많이 타서 패딩조끼 입은 거 너무 귀엽고 깜찍해🥰

그리고 서니의 새 가족 구성원인 수수, 아주 깜찍 강쥐야?!

업무&회사 관련으로 보면, 정말 최악 중 최악이었다.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warning sign이 보였던 고객사를 끊어냈다.

나야 진상은 얼마든지 혼자서 참으면 참을 수야 있겠는데 감히 내가 안 보는 데서 내 새끼들한테 난리를 치길래

감봉이거나 잘릴 각오하고 참조를 다 넣어서 이메일을 썼고

분노한 고객사가 이미 완료한 프로젝트 잔금을 못 주고 계약 파기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우리 막내 팀원은 자기만 참으면 됐는데 나한테 보고해서 일을 키웠다며 자기 탓이라며 울었고(얘 탓 아님ㅋㅋ)

나도 거의 1주일은 멘탈이 터져서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잠만 잤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 법인장은 정말 좋은 사람이고, 또 그간의 상황을 다 알기에 그냥 할 말 한 거라고 자책하지 말라고 하셨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 정도로 힘들게 만드는 것도 사람, 그리고 그 벼랑에서 안 떨어지게 손을 내밀어서 붙잡아 주는 것도 사람이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

어렴풋이 속으로 항상 훙 부장은 나보다 늦게 결혼하겠지 생각했는데

그가,, 결혼을 해버렸읍니다,,,결혼 축하해 훙!

회사 원년 멤버인 그가 결혼하기에 결혼식장은 회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인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송년회 할 때보다 더 참석률이 좋은 듯?ㅋㅋㅋㅋ

크리스마스에는 개개개혼잡한 윙 훼 거리를 뚫고 굳이 1군에서 저녁을 먹고 왔고,

한국에 있는 오빠로부터 크리스마스 꼬까옷을 입은 조카의 사진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어

베트남에 내 꿈의 기업이 들어왔을 때부터,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기서 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꿈꾸며 링크드인에서 그 회사 계정을 팔로우해놨었지

그렇게 시간이 가고 또 가고 12월의 어느 날,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왔다.

한국인 인사팀 리드와 커피챗 타임을 먼저 가졌고, 지원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서류를 넣었다.

서류가 통과되고, 1주일 내내 잠을 설치다가 1차 인터뷰를 저번 주 금요일에 끝마쳤다.

한국인 개발 리드 2명+인사팀 리드 1명 총 3명의 한국인 리드와 PM 부서 베트남인 리드 1명과 4 대 1로 면접을 보는...

엄청난 압박 면접이었음, 베트남어 면접 볼 때는 진짜 면접 보다가 혀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로

'제발 끝내주세요'하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지🤣

면접은 최선을 다했고, 내가 모르는 것도 굳이 아는 척하면서 입 털면 안 될 것 같아서 모르는 건 솔직히 모르겠다고 하며 내 입장에서 최선의 답변을 다하고 후련하게 나왔다.

결과는 아직 모르겠어, 2차 면접도 남아있고 사실 1차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고😅

근데 뭐랄까, 그냥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내가 5년 동안 묵묵히 해왔던 노력과 성과들이 인정을 받은 느낌이라서 너무 기쁠 뿐.

남들이 내가 하고 있는 게 시간 낭비라며 충고를 가장한 핀잔을 줄 때도,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길을 묵묵히 혼자 걸어가야만 한다는 게 가끔은 나조차도 확신이 안 들어서 너무 버거울 때가 있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가뭄에 콩 나듯 이런 좋은 기회가 오고, 또 그 기회를 잡으려고 준비된 상태로 도전을 하는 내가 참 자랑스러워

이번 하반기는 개인적으로 내가 떠나가는 팀원들을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우리 막내 디자이너는 나에게 참 아픈 손가락이었다.

본인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은 하지만, 그 속도가 남들이 보기에는 좀 느려 보여서 성과가 안 나는 것 같아 보인다.

그 점을 매니저 직급에서 알아차리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내 시점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나서는 남들이 보기에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훈련을 시켰다.

막내 디자이너가 전공을 버릴 생각까지 하면서 고향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그 누가 그만둔다고 했던 것보다 큰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금요일 밤에는 거의 잠을 못 자고 일어나서 그다음 날 아침 일찍 메신저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때 안 보내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다행히도! 나보다 더 마음이 넓고 이해심 깊은 우리 막내는 짧지만 최선을 다해서 답장을 해줬다

꼭 이 회사에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같은 업계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보내주고 싶은데

사실 안 보내주고 싶어 근데 보내줘야 해 ㅠㅠㅠㅠㅠㅠㅠ이런 내 마음은 뭘까..ㅎㅋ

사람 다루는 건 참 힘들면서도 보람 있다.

씨를 뿌리고, 뿌리를 잘 내리게 땅도 다져주고, 비바람이 휘몰아칠 때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며

내일도 어쨌든 출근, 그리고 현재에 집중해야지

2024년에는 어떤 뭐가 오고 뭐가 떠나갈지 모르겠지만...!!

건강하게만 해주삼 제에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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