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가 청두를 간 진짜 이유, 구채구로 가는 날
나랑이가 미리 로컬 투어를 예약해 놨고 무려 이동시간만 왕복 10시간^^...
우리가 묵고 있던 노스탤지아 호텔로 7인승 차량이 픽업을 왔다
이 분이 여행 내내 함께할 기사님
중국어를 1도 모르는 나로서는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랑이랑 중국어로 엄청 화목하게 떠들더라ㅋㅋㅋ
청두에서 3시간 정도 달리다가 어느 로컬 도시에 도착했다
여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막 들어간 로컬 식당보다는
투어 가이드가 손님을 데려와서 식사를 하면 뽀찌를 약간씩 주는, 투어에 포함된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뭐라 뭐라 메뉴 추천을 열심히 하시는 주인장 아저씨
무슨 생선찜을 자꾸 추천하시면서 손수 주방을 보여주시기도 함ㅋㅋㅋ
약간 음식이 내 입맛에는 너무 기름졌지만 그래도 저 감자 들어간 메뉴가 나름 매콤해서(매콤하지만 여전히 느끼한^.ㅠ) 밥 한 공기를 싹 비웠다
저게 그 주인아저씨가 엄청 추천하던 생선찜
민물 생선을 간장 양념에 찐 음식인데 무난했다
계산서 받아보니까 점심값을 엄청나게 썼다는ㅎㄷㄷ
점심을 먹고 또 열심히 달리다가 차가 잠깐 멈춰 섰다
호수 구경이나 하라고 세워줬는데 여기서 내 인생 처음으로 야크를 봤음ㅋㅋㅋㅋ
또 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 3시가 넘어서야 보이기 시작한 구채구로 가는 길
이날부터 구채구에는 눈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야 역시 날씨 요괴....
패딩을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요 호텔
난방을 틀면 너무 건조하고, 안 틀면 춥고...
여러모로 호흡기가 힘든 호텔이었다ㅎㅋ
첫날은 너무 늦게 도착한 터라
민속 공연을 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마 이것도 투어 가이드가 적극 추천한 것으로 보아 패키지에 포함되는 게 아니었을까?
자유여행이면서도 패키지여행을 하는 것 같은^.ㅠㅋㅋㅋㅋㅋ
장족이라는 소수민족의 공연이라는데
대충 말은 안 통해도 어떤 주제인 건지 알 수 있었다
이 공연을 보고 나서 티베트 민속 음악에 대해 유튜브를 뒤져봤지만
이때만큼의 울림을 주는 영상은 찾을 수 없어서 아숩
공연을 보고 나오자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 하하....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전골 요리를 먹었다
뭔가 사골 육수에 이것저것 넣어먹는 느낌이라 자극적이지도 않고 따뜻해서 좋았어
대망의 구채구로 가는 다음 날 아침
눈으로 길이 덮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바쁘게 매표소로 향한다
표를 끊고 나서는 중간 지점까지 올라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눈이 와서 흐린 하늘, 그리고 추워진 날씨 탓에 맑은 구채구는 보기 어려웠지만
그동안 베트남에 있느라 실제로 보지 못했던 눈 1년 치를 여기서 다 본 것 같다ㅎㅋ
여기저기 눈꽃이 내려앉았고, 희끗희끗한 산봉우리를 보며 걷고 또 걸었다
'구채구의 물을 보지 않고 물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던데
내 생애 이런 물 색깔은 진짜 처음 봤다
사진으로 찍으니까 뭔가 그 경이로움이 잘 안 담겨서 너무 아쉬운데 진짜 탄성을 자아냈다
내가 다녀온 수많은 여행지 중에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몇 없었는데
구채구는 그중에서도 단연 탑티어
중간 지점은 다행히도 얼지 않아서 모든 풍경을 눈에 생생히 담을 수 있어서 다행
이날 눈이 피로한 탓에 렌즈를 낄까 말까 고민했는데
안 끼고 갔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했음ㅠㅠ
악천후인지라 걸어서 올라간 위쪽 호수는 물이 꽁꽁 얼어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걸어 내려왔지
이렇게 추운 날씨에서도 잎망울이 피어있는 나뭇가지
청록빛의 호수를 눈과 마음에 한껏 담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원을 나왔다
이날의 저녁은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식당
야크 구이, 수육과 전골을 먹으며 소수 민족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구채구에서 도심처럼 먹을 선택지가 많이 없기에 뭐 나름 그럭저럭
이 날 날이 너무 추웠던 탓인지 뭔가 음식을 먹으면서도 잘못하면 체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랑이 동생이 살짝 체기가 왔다ㅠ
다음 날은 원래 황룡 일정이었는데 거세지는 눈발 때문에 갈 수 있을까 없을까 걱정하며 호텔로 돌아갔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구채구를 와볼 줄이야~~ 완전 럭키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