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시간 되면 써야지(말만 함)하다가 다시 맘을 다 잡고 쓰기 시작하는 지난 3년간의 기록.
호치민에서 시티 잡을 처음 구하고, 뭣 같은 사장 때문에 이직하고, 다시 이직 준비를 하며 마침내 취뽀 했던
모든 경험에 대해 글로 써놓고자 한다.
2018년, No Plan 무작정 건너온 호치민
한국에서 평범하게 4년제 대학 졸업 후 하나 둘 취준을 시작하던 동기와 친구들을 따라 막연히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들과 같이 토익, 토스를 딴 뒤 중국어 학원을 억지로 다닌 지 3개월 차였다.
대학교 1학년부터 학원&과외 강사 일을 계속 해와 졸업할 때 즈음엔 경력이 쌓여 월 230~260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던 터라 사실 굳이 '일자리를 바꿔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100세 시대에 언제 진로를 틀어 다른 일을 하게 될지 모르니 남들만큼만 하자'라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또래들이 하는 취준 코스를 밟고 있었다.
그 당시 남자 친구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베트남 호치민에 회사 지사 셋업 인원으로 발령이 나버렸고, 이미 한국에서도 서울 부산 장거리 커플+ 8~9개월간의 미국 연수도 기다림 끝에 이제야 안정적으로 연애하나 했는데ㅡㅡ
갑작스러운 호치민 발령은 최소 3년~최대 5년까지 일수도 있다는 말에 헤어지냐 따라가냐 100번은 고민한 듯하다.
결국 사람 하나만 보고 한국에서 모든 생활을 다 접어 버리고, 호치민으로 무작정 따라가기로 출발 1달 전에 급하게 결정했다. (미친 것 같지만 이땐 결혼할 줄 알았음^^)
출발 한 달 전에 가족들과 친구들을 포함한 지인들에게 '나 베트남 가서 살 거야'라고 통보를 해버렸고, 당연히 다들 '네가?? 갑자기?! 웬 베트남?!'이라는 반응 and 그 와중에 또 '근데 왜 하필 베트남이야?'라는 질문 세례를 받았던 게 기억난다.
그때는 베트남이 관광지로서 뜨기 시작한 극초창기라 나 또한 베트남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다. (이 당시 해외 생활하면 다들 서양이나 유럽 국가를 생각하지 베트남에서 해외 생활을 할 거다라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물론 나조차도.)
나만 하더라도 베트남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딱 아래 같은 이미지.
쌀 국가+쌀국수+아오자이. 딱 요정도?
몇몇 나이 많은 지인들이 '거기 자전거 타고 다니지 않니?', '요즘 베트남 뜨긴 뜬다더라', '베트남어는 할 줄 아니?'라고 반 걱정 반 조언 식으로 여러 충고+오지랖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ㅡㅡ
미리 베트남에 나가 있었던 남자 친구의 숙부가 오기 전에 회사를 먼저 알아보라고 하길래 사람인과 잡코리아에서 베트남으로 키워드를 걸고 일자리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급하게 입성 준비+평범한 스펙(물론 한국 기준)+사회생활 경험 無라는 3콤보로 인생에서 나름 중요한 선택을 아무 생각 없이 막 해버리고 만다...
우리 회사 뭐 하는 회사인지 알아요? (Feat. 짐 싸서 도망가)
베트남에서 다닐 첫 회사 인터뷰를 보는 순간부터 느낌이 싸했지만 그 느낌을 무시한 대가로 2년 4개월 동안 고생하며 화병까지 얻어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람인 사이트에 '호치민 회계법인'에서 '사무직'을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왔고 솔직히 모집 요강도 제대로 안 읽어본 내 잘못이 가장 1차적인 잘못...
그 후로는 이상하리만큼 채용 절차가 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력서 넣고 연락이 갑자기 오더니 인터뷰 날짜도 사장이 자기 멋대로 급하게 정하고 화상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넣은 회사니까 찾아는 봐야지 하고 구글링을 했지만 회사 홈페이지는 있지만 베트남 현지 설립 회사이기에 레퍼런스 체크를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때는 베트남 취업 관련 비추방 같은 단톡 방도 없었기에 구글링밖에 방법이 없었음...)
지금 생각해 보니 도망가야 하는 회사들은 계속해서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 혹은 입사 초기에 이런 말을 듣거나 이런 상황이 있을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라^^
1. "우리 회사 뭐 하는 회사인지 알아요?" : 웬만한 중견부터 대기업 같은 우리가 아는 기업은 이런 거 안 물어본다. 왜냐면 그들도 구직자가 회사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
이 질문에서 정말 회사에 대한 설명을 해주려고 물어보는 질문과 으스대려고 하는 질문은 뉘앙스부터 다르다.
보통 후자의 경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회사 규모를 설명하기 시작하며 연 매출과 같은 진짜 정보는 숨긴다^^
2. "(신입으로 들어와서 업무 배우기 시작할 때) 이거는 우리가 돈 받고 알려줘야 하는 건데...": 마치 선심 써서 정말 중요한 업무 혹은 스킬 알려준다는 식으로 말지만 결국 어느 회사에서도 쓸 수 없는 일 처리 방법 or 개씹 잡무.
그 방법 혹은 그 일은 그 회사에서만 쓰이고 나가면 쓸 수 없는 방법일 가능성 90% 이상. 돈 받고 알려줄 거면 학원을 차리지 사업을 왜 한담ㅎㅎ
3. 인수인계 담당자 부재: 쌩신입으로 들어갔는데 인수인계를 해 줄 사람이 없다? 전 사람 도망간 거임.
참고로 나도 내 팀에서 인수인계해 줄 사람이 없었고 다른 팀 실장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인계를 도와주는데 결국 2년 내내 혼자 일 배우고 나갈 때 인수인계서 쓰니까 업무 80개 나오더라.
4. 허벌 직급 부여: 쌩신입으로 들어갔는데 명함 팔 때 직급이 '대리'부터 시작한다 하면 회사 직급 체계가 허벌인 거에 오른손 건다. 말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명함이며 다른 팀 매니저 직급 또한 일을 신입처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회사가 이렇게 굴러갈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일 것이다.
5. "우리 회사 복지 좋다, 주 5일에 토요일은 격주로 오전 근무만 하면 되고. 연차 12개에 8시 출근 5시 퇴근." : 이게 왜 도망치라는 신호냐고? 저건 복지가 아니라 당연한 사항을 줄줄 언급하는 거다. 호치민 시티잡 중에 주 5일+토요 격주 오전 근무, 연차 12개, 오전 8시~5시 업무 시간이 아닌 곳이 어디 있나...
요즘 시티 잡을 포함한 대부분 직군에서 신입을 뽑을 때 저런 당연한 사항을 마치 엄청난 복지인 것처럼 직원을 배려하는 듯이 말하는 게 참 어이없다.
실제로 저 당연한 사항도 안 지켜지는 곳이 부지기수...
6. "(시티잡 한정) OO 씨는 호치민 시내에서 일하는 게 행운인 줄 알아야 한다, 저 아래 시골 어디어디 공장 가서 1~2년만 일하면 바보 돼서 나온다.": 호치민 시티잡 구하는 것, 운 좋은 거 맞다 솔직히. 근데 오너가 이렇게 대놓고 다른 지방이나 다른 업계 근로자들 후려친다? 대부분 그런 회사 오너들은 뭣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음. 솔직히 말하면 호치민 기준으로 지방보다 도시에 흔히 말하는 좆소기업이 많으며, 이런 회사 신입들 잘못 들어가면 바로 온갖 잡일로 시간만 버리고 물 경력 만들어놓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직하기 정말 힘들어진다ㅠㅠ요건 다음 편에서 쓸 예정)
7. "내가 이만큼 투자하는 데~ 내가 얼마나 배려해 주는 건데~ 어쩌고 저쩌고" : 이상하게 베트남에 있는 회사들 자기들이 직원한테 엄청난 투자 한다고 생각하더라. 신입으로 뽑아서 업무 능숙도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고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한 데 마치 그 기간을 자기들이 굉장하게 시간과 돈을 버려가며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경력직으로 돈 많이 주고 뽑던가ㅋㅋㅋㅋ돈 아끼려고 신입 뽑는 거면서 바라는 건 정말 많다ㅋㅋㅋ
8. 베트남 직원들의 잦은 이직+매니저들만 근속 기간 긴 편 : 베트남 특성상 이직 자주 하는 것 맞다. 근데 이것도 회사 바이 회사이다. 일반 사원들 근속 기간을 잘 보고, 덤으로 매니저들 근속 기간을 잘 봐야 한다.
일반 사원들 중에 1년을 채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팀 매니저들만 근속 기간이 길다...? = 물이 고이다 못해 썩었고, 회사 운영이 썩은 물에 의해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듯이, 일반 사원들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미련 없이 이직해버린다. 근데 썩은 물 매니저들은? 자기들 입맛에 사장이 맞춰줄 수밖에 없는 것을 알고, 결국 회사 운영이 오너가 아닌 썩은 물에 의해 운영된다.
여기서 사세 확장이 목적이 아닌데 직원 구인 공고가 너무 자주 올라온다 싶으면 100%...
경력 쌓을 생각하지 말고 얼른 도망치자.
9. 급여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 :개인적으로 이 경우에 절대 참고 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급여 가지고 장난치는 곳은 정말 많다. 세전/세후 여부를 헷갈리게 말하거나, 온갖 수당을 연봉에 포함시켜서 말하거나, 달러로 급여 얘기를 했지만 회사 자체 환율을 적용해서 베트남 동으로 지급하는 경우(내가 다니던 회사의 경우, 2000불이라고 해놓고 회사 자체 환율 적용해서 4천 만동 줌), 노동비자 비용을 직원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경우, 해외 정착 지원금을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며 복지에 포함시키는 등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나 돈 주기 싫으면 그러냐, 더러운 놈들)
Net 인지 Salary 인지 잘 따지고, 환율 어떻게 적용하는지, 노동 비자는 회사에서 만들어주고 건강검진 비용은 누가 내는지 돈에 관한 건 과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확인해야 한다.
10. 퇴근시간 이후 혹은 공휴일/연차 때 계속 연락 오는 회사 : 회사를 어느 기간 다니게 되면 진짜 급하게 필요해서 하는 연락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있다. (이건 회사를 좀 다니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 건가? 진짜 급해서 하는 연락이겠지?' 하다가 1년 차부터 깨닫게 되었다. '이 사람 한국 직원들 쉬는 거 싫어하는구나. 일부러 연락하는 거구나.'
전 회사 오너는 진짜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로 근무 외 시간에 무조건 연락을 하는 사람이었다.
연차 쓸 때도, 한국으로 휴가를 갈 때도,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출장길에 있을 때에도 절대 급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연락을 해서 괴롭혔다. 그것도 한국 직원들만^^
일부러 그런다고 확신한 것은 2020년 4월이었는데 이때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사에서 나가는 비용을 아낀다고^^
한국 직원들 3명을 1주일에 하루~이틀씩 무급 휴가를 쓰게 했다ㅋㅋㅋ베트남 직원들은 정상 출근시키면서..
휴무 스케줄 표를 작성해서 사장한테 올리고 직원들이 무급 휴가를 쓰기 시작하는데 일부러 스케줄 표를 보고 연락을 하는 듯이 그날 쉬는 직원한테만 연락을 하고 일을 시키는 것이다. (참고로 사무실에 한국 직원 1명씩은 남아있고 남아있는 직원에게 물어봐도 될 일이었다.)
이 일 이후로 완전히 질려버린 나를 포함한 한국 직원들은 모두 얼마 가지 않아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했다.
요즘 구직 수다방을 눈팅하다 보면 오히려 이런 불합리한 경우를 당하는 것을 구직자의 탓으로 모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어 참 아쉽다.
"꼬우면 스펙 쌓던가, 스펙 쌓아서 한국 가서 취업해서 주재원으로 오던 가"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요즘 베트남 취업 시장 분위기를 보면 말처럼 쉽게 되는 곳이 아니다ㅎㅎ
현지 채용도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공고가 나는데 지금 이 시기에 어느 회사가 주재원 파견을 하는지..ㅋㅋㅋㅋ
어쨌든 아쉽더라도 내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하고, 귀한 내 시간 낭비하기 싫으면 내가 조심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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