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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일상/베트남 여행

20230115 - 호치민 일상 기록: 베트남 남부 떠이닌의 누이 바 덴(Núi Bà Đen) 등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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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살면서 언젠가는 한 번 등산을 꼭 해보고 싶었다. 

2023년 새해가 시작되기도 했고, 뭔가 새해에 등산을 하면 1년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드디어 등산을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ㅋㅋ

한국에서는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등산을 해봤었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기에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고...! 2주 동안 체력을 더 길러서 등산을 가기로 결정했다ㅋㅋ

사실 헬스장을 정말 꾸준히 다니긴 하지만 헬스의 꽃은...유산소가 아니라 근력 아닙니까?

유산소 15분 인터벌 하는 것도 하기 싫어 죽는데 과연 내가 5시간 이상의 등산을 할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지만ㅠㅠ 여자가 한 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을 품고

최대한 일정이 허락하는 한 체력 단련을 했다 후후

각설하고, 이번에 가기로 한 누이 바 덴은 베트남 남부 떠이닌 지방에 위치한 해발 986m의 산이다.

호치민에서 떠이닌으로 내려가는 데 약 3시간 정도가 걸리고, 등산 소요 시간은 최소 5시간은 걸린다고 한다ㅋㅋ

 

걸어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총 3가지로 편의상,

Đường cục điện(전선주 길), Đường ống nước(수도관 길), Đường đi chùa(사찰 길)로 부른다.

나와 일행은 전선주 길로 올라가서 사찰 길로 내려오기로 했는데,

전선주 길은 비교적 완만한 대신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사찰 길은 가파른 대신 내려오는 시간이 덜 걸린다고 한다ㅎㅎ (하지만 이게 불행의 시작이었음을,,,,^^)

떠이닌으로 출발하는 날은 토요일 오후 6시라 오후에 운동을 다녀오고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점저를 먹었다.

Mì ốc hến인데 손가락 조개, 재첩, 꼴뚜기, 새우를 올려주는 면 요리~맛은 뭐 그냥저냥.

 

밥을 대충 때우고는 사이공에서 떠이닌으로 내려가기 위해 리무진을 타러 승차지인 11군으로 향했다.

사이공에서 떠이닌으로 내려가는 차편은 구글, 페이스북 검색하면 업체 많이 나오는데 그냥 집에서 가까운 픽업 포인트로 예약하면 된다.

차편은 1인 당 편도 13만 동.

의자 간격 사이가 넓은 우등버스 16인승으로 예약을 했다.

얼굴 안 가린 사람들은 이번 산행에 같이 가는 나의 동행들.

나를 포함해 총 7명이서 갔는데 이중 2명을 제외하고는 다 운동을 업으로 삼거나 취미로 운동을 즐겨하는 헬창들이다.

호치민에서 떠이닌까지는 보통 3시간이 걸리는데 이날은 토요일인지라 떤빈 쪽에서 길이 막히는 탓에 3시간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

떠이닌에 도착해서 여관에 짐만 던져놓고 저녁을 먹으러~~!

참고로 여기서 여관이라 함은 정말 3성급 호텔은커녕, 모텔 급도 아닌 정말 잠깐 눈만 붙이기 위해 침대 하나만 딸랑 있는 여관이다. 사진 찍을 생각을 못 했넴..ㅠ

저녁은 구운 오리나 닭고기에 누룽지와 삶은 야채를 곁들여 먹는 음식을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음

밥 먹고 나서 카페라도 갈까 하고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10시에 거의 모든 가게가 다 닫고, 심지어 그랩이나 택시도 안 지나다녀서 결국 포기..!

다음 날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하기에 여관에 가서 잠이나 자기로ㅋㅋㅋ

다음 날 여관 주변에서 아침을 대충 때우고, 커피를 한 잔 들이켠 뒤 택시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산 아래에 도착했다.

아기 멧돼지들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 전나 귀엽다.

산에 올라갈 채비를 하는 일행들.

등산 준비물로는 배낭, 물 두 개, 겉옷(기능성이면 좋았을 텐데 기능성 챙겨갈 생각을 못 했음), 장갑을 가져가고

반팔에 레깅스, 왼쪽 무릎이 좋지 않은 탓에 무릎 보호대를 차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근데 뭔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동안 경험해 왔던 한국의 등산과는 넘 다른 것이....

일단 등산로가 닦여있지 않고, 산 자체가 돌산이다 보니 생각보다 길이 가파르고...

자연경관? 길이 험해서 바닥만 보고 가야 하고~ 피톤치드? 들이마실 틈도 없음ㅋㅋㅋㅋㅋ

한국에서 했던 등산은 트래킹 수준이고, 여기 산은 뭔가 클라이밍 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ㅋㅋㅋ

뭔가 계속 바위를 짚고, 사다리나 밧줄을 붙잡고 올라가야 함ㅋㅋㅋㅋ

이게 한 1시간쯤 올라왔을 때 찍은 건데, 1/3 정도 올라온 위치.

아직 반도 못 올라왔다는 사실에 절망ㅠㅠㅠㅠㅠㅠ

중간 쉬는 시간. 정글 그 잡채.

일행 중에서 제일 어린 푹(오른쪽)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기만 함 역시 20대인가ㅎㅋ...

그렇게 두 시간을 걷고 또 걸어 슬슬 탁 트인 경관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점점 고도가 높아질수록 체력이 금방 떨어져서 조금 더 자주 쉬어줘야 하기에 2/3까지 올라왔는데 전진이 너무 어려웠다ㅠㅠ

그리고 결국 도착하고야 만 정상.

산 정상에는 바나 힐로 유명한 선월드가 들어와서 케이블카 승강장을 비롯해 여러 편의시설을 구축해다.

뭔가 달랏이랑 다낭 합친 느낌?

남들은 예쁜 옷 입고 케이블카 타고 올라오는데 우리만 그지 꼴로 걸어서 도착..ㅋㅋㅋㅋㅋㅋ

올라왔으니까 대충 밥을 먹고, 좀 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저 왼쪽 하단에 보이는 게 케이블카.

그나저나 높이 올라오긴 했구나 하면서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저 동상이 이 누이 바 덴의 'Bà Đen'이자 떠이닌 지역의 민속종교 설화 속 인물.

날씨가 약간 흐려서 아쉬웠다ㅠㅠ

수국^^~,,,입니다,,,

수국 정원이 있길래 한 컷^^~~

이제 하산할 준비를 하기 위해 땀에 젖은 상의를 화장실에서 뽀송한 상의로 갈아입고 산길을 내려가기로 했다.

이 길은 공사장 뒷길인데 아직 선월드가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장을 지나서 내려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비해 내려가는 길은 정말 핸드폰을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바위를 거의 앉아서 타고 내려가야 해서 정말 집중을 많이 해야 했기 때문.

계속 바위 위에 쪼그려 앉아서 그 아래로 발 디딜 틈을 찾아 다리를 뻗고 X100번 했더니

슬슬 무릎 연골이 작살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심지어 원래 이 길은 바위가 깔려있는 길인데 선월드에서 공사 폐기물을 다 산 아래로 굴려버려서...

군데군데 철근이 박혀 있는 바위들이 널려있어서 위험하더라.

요 정도 경사는 하산로에서도 굉장히 낮은 경사. 절대 꼿꼿이 서서 못 내려옴;

발 잘못 디디면 진짜 바위에 머리 부딪혀서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ㅋㅋㅋㅋㅋㅋㅋ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발 디딜 곳을 계산하면서 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가는 일행이 등산 경험이 있는 게 중요하다ㅠㅠㅋㅋㅋㅋ

중간 쉬는 구간.

거북 바위 위에 올라서서 얼마나 내려왔나 한 번 본다.

절반 정도 내려왔나?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반도 안 왔다는 말에 현실도피하고 싶었음...ㅎㅋ

산 중간중간에 천막을 치고 음료수를 파는 간이매점 같은 곳이 두 군데 있으니 물이 모자라면 거기서 사 먹으면서 쉬는 것도 좋다.

절에서 종 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곧 이 산행이 끝난다는 신호.

2/3 정도 내려오면 절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진짜 40분만 더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끝ㅠㅠ

계단에서 허벅지에 힘 안 들어가기 시작해서 계단 내려오는 게 더 고생이었다ㅋㅋ

드디어 등산 완.

일단 가장 좋은 점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스트레스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음)

괜히.. 막 내 한계를 넘어서서 등산 완료하니까 이번 연도도 모든 걸 다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구..ㅋㅋㅋ

예, 뭐, 그렇습니다.

 

산에서 내려와서 찍은 운동 기록. 활동 칼로리 미친 게 아닐까...

사이공에 도착해서는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뭘 잘못 주워 먹은 탓인지 새벽부터 장염 증세가 시작되어

거의 금요일까지 배 아파서 앓아누웠다^.ㅠ

새해 첫 주부터 제 한계를 간신히 잘 뛰어넘었으니 요번 한 해도 힘든 일 모두 이겨내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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