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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일상/해외 여행

20250217 - 한국은 그립지만 비자런은 안 그리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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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단락은 개인적인 얘기라 Skip 해도 됨)
여행 비자로 더 이상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구직활동을 다시 슬슬하다가
예전에 조건이 안 맞아서 거절한 회사에서 2차 오퍼가 왔다

참고로 이 회사는 유명 대기업 계열사로, 당시 7년 경력자인 나에게 예산을 동급 베트남 경력자에게 맞춘 '세전' 2000불을 제안했었다
그 당시 온 오퍼레터 주위 사람들하고 돌려보면서 잘못 보낸 거 아니냐고 했을 정도;;

이때 쎄함을 느끼고 단칼에 거절했었는데 사람이 급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3~4개월 후에 다시 인터뷰를 보고 2차로 인상된 급여가 적힌 오퍼를 다시 받고 출근 일자를 조정했다

급하게 사람 뽑는 곳, 해당 포지션이 좀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있었던 곳은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어 증맬루🫠

이 회사는 입사 초기부터 나한테 비자 문제를 알아서 책임지라며 닦달했고,
흔히 현지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서류 영사 인증을 다 끝내고 오자
본사 사규에 맞지 않는다며 난리부르스를 쳤다
아니 그럼 애초에 뽑지를 말던가, 서로 상호 합의하에 계약 종료를 하던가;;

시발 모든 악의 근원은 다 한국 기업이 사람 갈아 넣어서 쓰는 것 때문임ㅡㅡ
거의 1달 내내 비자 문제 가지고 사람 들들 볶음+절대적인 인원 부족으로 매일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도 일 못 끝냄+다음 날 또 일이 쌓임

일이 정말 너무 많아서 매일 점심도 20분 컷으로 해결하고 저녁 7~8시가 되어서야 눈치를 보며 집에 가는 생활을 2개월 정도 지속할 때쯤, 오고야 말았다 번아웃 흑흑🥲
사실 번아웃이 와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이게 번아웃인 줄도 몰랐고?

그 뒤로 결국 스트레스와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자는 불면증까지 오게 되며 3개월 반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 때도ㅋㅋㅋㅋ평소대로 일상생활 지속하면 다시 금방 회복될 줄 알고 운동 포함해서 할 수 있는 자기 계발 활동들은 울면서 다 함;
다만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원래 했던 만큼 결과가 안 나옴 → 내가 다시 나를 몰아붙임 → 불안+우울감 심해짐 → 불면증 악화 무한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됩미다
그래도 그때는 정말 이거라도 안 하면 금방 도태될 거라고 생각했음....ㅠㅠ

한두 달 버티다가 친구들의 적극 권유로 병원을 좀 가볼까 하는 생각+비자 연장 시기까지 겹쳐서 겸사겸사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고 한국으로 출발~!

비행기에서 꼬박 밤새우면서 본 해 뜨는 장면
한국 가는데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서 창밖 구경만 하다 보니 어느새 한국 도착

 

첫 끼는 웅이네 가게 놀러 가서 원 할머니보쌈 본점에서 백반하고 들기름 막국수를 나눠먹기
한국 놀러 갈 때마다 항상 웅이가 밥 사주는데 언제 이 빚을 갚을꼬~~

후식으로 옛날 아이스커피 먹을 거라고 조르고 졸라서 메가커피에서 급하게 한 잔

다음 날은 내 한국행의 찐 목적, 정신과 진료!🏥
진료 보기 전까지도 '이 정도 우울감은 현대인이라면 모두 안고 사는 거 아닌가? 내가 오바하는 거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음ㅠ

내가 간 병원은 금호동에 있는데 친구 동생이 일하는 곳으로 원장님이 너무 좋다고 극추천을 하더라
다만 의사 쌤과 맞는지 안 맞는지는 케바케 사바사이기 때문에 굳이 병원 이름은 안 올릴 예정

그나저나 요즘 정신과는 초진도 오픈런해야 한다니;;;;;
진료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했는데 이미 내 앞에 대기가 7명이나 있었다ㄷㄷ

대기하는 내내, 내가 가진 우울감은 약 먹을 정도 수준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검사지를 꼼꼼히 작성하고 초진을 봤다
초진 보면서 내가 내 발로 정신과에 걸어 들어갔다는 게 믿기지 않기도 하고, 나 자신한테 진 것 같아서 펑펑 울었음

결과는 최소 2달 정도는 약을 먹어야 하는 우울증이었다
흔히 우울함을 느낀다 정도는 우울 스펙트럼에 해당하고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우울증(=우울장애)라고 한다
내 우울감은 파고 들어가면 3월부터 시작해서 11월까지 이어졌기에 거의 8개월 동안 앓았으니 우울증이 맞음ㅇㅇ
우울감이 심해진 건 저 위에 쓴 회사를 들어가면서부터였음 진작 퇴사하고 나올걸...
님들은 회사가 너무 안 맞는다 싶으면 굳이 굳이 건강 버려가면서 버티지 말고 퇴사하세요 쌰갈;

일단 제일 낮은 용량으로 약을 먹어보고 한국에 있는 동안 가능하면 이틀에 한 번 간격으로 진료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

약 사고 나오면서 또 나를 울린 칭구의 카톡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우울증이라고?"부터 시작해서 "온 힘을 끌어내서 어떻게든 살아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더 열심히 살지", "왜 나만 이렇게 나약한 걸까"로 생각이 펑펑 튀던 도중
친구들이 내 앞을 막아 세워줬다ㅠ

적극적으로 정신과 진료 권유하고, 어떻게든 기분 좋아지게 하려고 맞춰준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우울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었을 듯🫠

오후에는 행복한 백수 서니네 가서 하룻밤 요양을 하기로~
정말 너무 먹고 싶었던 밀떡볶이
떡튀순 세트보다는 그냥 단품으로 시켜도 됐을 것 같다ㅋㅋ

서니네 애견애묘
둘 다 귀여움은 Max 찍었으니까 건강해야 돼~!

늦잠 자고 일어나서 먹은 굴림만두전골

대학 다닐 때처럼 밥 먹고 음료 사서 PC방에서 게임을 3시간 정도 했는데

아무 걱정 없던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래 옛날에 너무 걱정을 안 해서 학점을 말아먹기도 했지ㅎㅋ

저녁까지 먹고 가라 해서 선지 해장국까지 때리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정말 신기하게도 정신과 약을 먹으니까 생각이 0에 가깝게 줄어들더라🫠

생각이 줄어드니까 주위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눕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존나 졸림 이렇게 졸릴 수가 있나 싶을 정도?

다음 날은 나랑이와 브런치를 먹으러 용산 근처 나들이~!

파스타도 먹고 싶은데 브런치 플레터도 먹고 싶어

마침 두 종류 모두 다 파는 노멀 브런치에서 브런치를 즐기기로!

마리네이드 로스트 치킨 플래터, 토마토 팍시&페스토 파스타, 시금치 크림 감자 뇨끼를 시켰다

세 메뉴 모두 훌륭했지만 시금치 크림 감자 뇨끼가 제일 입맛에 잘 맞았다

밥 먹고 나서는 둘레둘레 남산 길을 따라 산책도 했다

11월 초라서 단풍이 들어있거나 아니면 아예 낙엽이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뭔가,, 단풍이 든 것도 아니고 안 든 것도 아니고ㅋㅋㅋㅋ

차를 좋아하는 만큼 커피 취향도 꽤나 고급 진 나랑이

엘 카페에서 드립 커피 마시고 너무 내 취향이라 원두도 사 왔다

이날 오후는 묘니가 자기 반차 내고 서울 광장에서 책 읽을 건데 시간 되면 오라고 하길래

바로 시청으로 향했다

늦가을~초겨울 넘어가는 날씨라 혹시 추울까 봐 옷 엄청 껴입고 갔는데

햇빛 때문에 쪄 죽을 뻔;;;;;;

밀리의 서재에 없는 '소년이 온다'를 뚝딱 읽고 또 다음 약속을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의 세 번째 약속,, 사람 살려...🤣

신사역에서 웅이 만나서 커피 잠깐 마시고 리미 퇴근을 기다렸지

미미면가 웨이팅 할 수도 있대서 일부러 웅이랑 둘이 먼저 만나서 대기 걸어놓으려 한 건데

식당이 텅 비어있었음;;

미미면가 소바 무난한 맛인데 부재료가 비싸서 그런지 소바 치고 가격이 꽤 나간다

그래도 튀김류 맛있으니까 뭐~

신사동에서 한강 들어가면 반포 쪽으로 아래로 내려갔어야 했는데

왜 우린 위로 계속 올라간 걸까

다 같이 물멍은 개뿔 성수대교 걸어서 건너오느라 뒤질 뻔

그래도 언제 우리가 성수대교를 걸어서 건너보겠니 웃고 떠들며 건너온 덕에 잡념도 많이 줄어들었다

진작 한국 와서 약 먹을 걸 쌰갈;

너넨 내 블로그 안 읽겠지만 고마워 칭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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