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10년 지기 친구들이랑 1년 만에 만나는 날이었다.
한국 핫플이 언제 성수에서 도산공원까지 옮겨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온 김에 요즘 핫플을 가보고 싶다고 박박 우겨서 친구들과 함께 성수동 나들이를 다녀왔다.
12시에 만나자고 했지만 역시 놀랍지도 않게 12시 10분이 되어서야 슬그머니 하나둘씩 나타났고ㅋㅋㅋㅋ
밥은 근처에서 닭 한 마리를 먹기로 했다. 왜? 내가 먹고 싶으니까
원래 동대문 닭 한 마리를 먹고 싶었지만 쉬는 날 일터 근처에 발도 들이기 싫다는 혜리무의 말에 그냥 성수에서 먹기로.. ㅋㅋㅋ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닭 한 마리를 보고 있자니 정말 한국에 와서 친구들 만나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도 하고~
일단 닭 한 마리는 존맛.
이번 한국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적어놓은 리스트에 전시회가 있었기에
서나가 성수동 근처의 전시회를 찾다가 가까운 곳에 하지원 개인전이 있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
갔는데 진짜 하지원이 있었다....
도슨트가 따로 있을 줄 알고 갔는데 하지원이 직접 작품 설명을 하고 있을 줄이야ㅎㅋ
팬미팅하는 것처럼 하지원의 오래된 팬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일반 관객인 우리가 머쓱해하는 게 보였는지 완! 전! 친절하게 자기 작품 설명을 해주면서 일반 관객도 신경 써주더라ㅎㅎ
근데 지원 언니가 저렇게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전시회 아냐...?
사실 하지원이 개인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예술에 4년째 전념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작업물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간과 조명, 오브제 하나하나 신경을 쓴 티가 나는 전시 공간.
공간 자체도 하지원 씨가 직접 신경을 들였다고 했다.
전시공간은 두 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위층을 먼저 천천히 보고 내려와서 아래층의 전시 공간을 구경하면 된다.
점심 먹고, 전시회까지 봤고, 또 인생네컷까지 조진 우리.
기력이 딸리기 시작하자 급하게 근처 카페로 가서 앉아서 쉬기로 했다.
20살에 재수학원에서 만나서 30대가 될 때까지도 절교 안 하고 잘 지내는 것도 신기하고(물론 중간에 위기는 있었지만)...
나이 먹으니까 다들 슬슬 체력 딸리는 게 보이는 것도 웃기고ㅋㅋㅋㅋㅋㅋ
1층은 실내 공간, 2층은 실내 공간+테라스가 갖춰져 있는 할아버지 공장.
2층 테라스에 앉아있다가 너무 추워서 안으로 대피함...
사진 좀 찍으려고 치면 카메라 시야 방해 오지게 하는 서나씨ㅠㅠ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음료 한 잔씩 마시면서 좀 앉아 있었다고 금방 체력 회복하고 건대로 넘어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저녁에 회를 먹으려고 했으나 쌀쌀한 날씨 탓에 좀 따뜻하고 매운 음식을 먹기로 계획을 변경!
로제 떡볶이랑 치즈 떡볶이.
매운 음식 못 먹는 맵찔이들이라 로제는 2단계, 치즈 떡볶이는 1단계로 시켜서 먹었다.
베트남에 신전 다시 안 들어오나... 흠
술안주로 회를 먹을까 생각하고 주위 이자카야를 갔는데 근로자의 날 직전이라 그런지 자리가 없어서
MZ들이 간다는 지구 상사를 다녀와 봤다.
너네 분명 배부르다고 했잖아...
과일 안주 시키고 나서 콘치즈까지 추가해서 박박 긁어먹은 우리ㅋㅋㅋ
3년 동안 연애를 쉬고 있던 친구가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는 것도,
한전 본사에서 일하며 국내 곳곳 지방을 돌아다니며 맛집 도장 깨기에 재미를 붙였다는 것도,
20대 초반에 만나기 시작한 남자친구와 벌써 10년째 연애를 하고 이제 결혼 얘기가 오고 간다는 것도
나만 혼자 베트남에 있기에 놓쳐서 아쉬운 소식들이었지만 그래도 1년마다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였다.
격동의 20대를 지나 30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고,
각자 가는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