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베트남어 시험은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한 지 약 1년 7개월 만에 봤던 2019년 11월 시험이었다.
그 당시 시험 준비를 꽤나 철저하게 했고, 독해랑 쓰기 파트에서 꽤나 자신이 있었었다.
그러나 말하기 시험에서 하노이 억양을 가진 시험관과 시험을 보게 될 줄 전혀 몰랐던 터라
말하기 시험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시험 성적은 B1 밖에 따지 못했었다.
여튼, 그 이후로 약 8개월을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시험 준비를 했고 이번 7월 25일 토요일 오후 시험을 보게 되었다.
이 날은 한국학교 학생들이 슬슬 베트남어 자격증을 따는 시기와
인사대 베트남어 학과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전 자격증을 따는 시기와 맞물려 일반인 응시자는 거의 없었다.
접수 마감일 1주일을 남겨두고 시험을 신청했는데도 응시자가 많아 그런지
시험 시간이 토요일 오후 1시~5시 30분으로 배정되었다^^..
어차피 시험 전에는 공부도 잘 안되는데 빨리 시험 보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건만ㅠㅠ
어쨌든 시험날은 시작 15분 전까지 도착해야 하기에 넉넉히 시간을 잡고 출발했다.
시험 장소인 호치민 인문사회과학대학교.
그냥 찍어본 베트남어 학과 사무실ㅎㅎ
시험 신청이 시작하면, 3X4 사이즈 사진 4장과 여권을 들고 가서 직접 시험 신청을 하고
시험 1주일 전 접수증을 수령하며 유의사항을 들어야 한다.
이때 시험 시간까지 안내를 받음.
시험 접수증.
말하기, 쓰기, 듣기, 읽기 순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차라리 말하기 시험이 첫 번째 순서였던 것이 다음 시험에 더 집중하기 좋았던 것 같다.
각 파트별 시험 난이도 및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말하기 ★★★★☆
들어가서 시험관의 지시에 따라 자리에 앉은 다음 자기소개를 먼저 한다. 자기소개는 A1~A2에 해당하는 가장 기초 문제이기에 그냥 편하게 이름, 나이, 직업, 현재 살고 있는 곳, 가족관계, 부모님 직업 등등.. 을 말하면 된다.
간단한 문제이니 중간에 멈추지 않되 끝맺음을 잘 하면 됐음 ㅇㅇ
그다음은 번호표를 뽑는다. B1~B2 문제에 해당하며 말하기 주제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이 날 내가 뽑은 주제는 "네 형제자매가 국제결혼을 한다면 동의하는지? 그 이유는?"이었으며,
미리 사전에 말하기 주제 대비를 했다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답변 전 준비 시간 1분이 있으니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근거를 3가지 빠르게 정리한 뒤 얘기하면 된다.
답변 중간 시험관이 말하는 내용에 관련하여 종종 질문도 하나 의견에 대한 받침 근거를 확실히 잡아두면 어렵지 않다.
마지막 C1~C2에 해당하는 문제는 그래프나 표, 사진을 제시한 뒤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한 뒤, 표를 해석하며 나름대로의 해석 이유 및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내가 뽑은 그래프는 베트남인의 외국인과의 국제결혼에 대한 그래프였으며, 순서대로 대만, 한국, 미국인과의 국제결혼 비율을 5년 전과 현재로 나누어 비교한 그래프였다.
대답은 약간 가물가물하지만 "이 표/그래프는 ~~에 대한 것을 보여준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대만인과의 국제결혼율은 높아졌으며, 이는 중국인들의 가족 중심 문화가 베트남인과 부합하는 면이 있어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율이 높아진 것 같다. (개소리 겁나 함) 나머지 두 국가에 비해, 유일하게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율은 낮아졌는데 이는 아마도 한국인과 결혼 시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기피하여 낮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등등(어차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기 때문에 그냥 최대한 길게 씨부려야 함)"
2번 문제와 3번 문제에서는 준비 시간 동안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말하기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어느 정도 모든 문제에 다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유들을 브레인스토밍 하며 생각해 놓는 게 좋다. ex. 개인의 자유, 사회 변화로 인한 가치관 변화 등
사실 세 번째 문제가 표나 그래프 혹은 사진이 어려운 주제가 걸리는 경우, 어버버하면서 시간 보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파트이다.
그래도, 해석은 개인에 따라 다르니 그냥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이어가면 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정적만 안 흐르면 된다고 생각함.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 때까지 대답을 하고 나면 시험관이 시험 마무리를 한다.
나 같은 경우 C 문제까지 끝나고 나서, 시험관이 너 이 학교 학생 출신이냐, 맞다면 몇 년도에 입학했냐 등등 물어보는데
이건 채점에 따로 포함되진 않는 것 같다.
(포함되었다면 내가 질문을 못 알아듣고 헛소리를 했기 때문에 말하기 시험 점수가 떨어졌을 것^^..)
2. 쓰기 ★★☆☆☆
사실 4 파트 중 제일 가벼운 마음으로 본 파트가 쓰기 파트이다.
쓰기는 1주일에 2~3개 정도 실제 기출문제와 VSL 4,5권에 나오는 주제들을 이용해서 계속 쓰고
과외 쌤과 첨삭하면서 템플릿을 만들어 놓고 돌려쓰는 거라 크게 어렵지 않다.
A1~A2에 해당하는 문제는 한 문장에 빈칸을 뚫어놓고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문제.
베트남어는 성조에 따라 단어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성조를 잘 구별하여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고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문제이다.
VSL 4권까지 끝내고 나면, 10분 컷으로 풀 수 있는 문제로 쉬운 편이다.
B1~B2에 해당하는 문제는 편지글을 읽고, 편지에 대해 답장을 쓰는 문제 유형이다.
여기서 의외로 신경을 잘 안 쓰게 되는 데 비해 채점기준에 들어가는 부분이, 바로 편지글 형식에 맞게 썼는지가 채점 기준으로 들어간다.
내가 시험 볼 때 나온 문제를 한국어로 최대한 재구성하자면 다음과 같다.
TP. HCM, 20/07/2020
친애하는 누구누구,
안녕, 누구누구야. 나 Hoa야. 건강하니? 요즘 일은 어떠니? 벌써 네가 소개해 준 회사에 다닌 지 시간이 꽤 흘렀어. 그런데 나 요즘 고민이 있어. 네가 친한 친구라서 상담하는 건데, 나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어. 일은 어렵지 않지만, 퇴근 시간이 늦은 편이고 월급도 적은 편이야. 회사를 그만두면, 다른 회사를 찾아보면서 영어 공부를 더 할 생각이야. 이거에 대해 네 생각은 어떠니? 바쁘더라도 빠른 답장 부탁해.
너의 가장 친한 친구,
Hoa
여기서 주의할 점은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 친 부분이 가장 기초적인 채점 기준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편지글에 대한 답장을 쓰는 문제의 겨우, 도시-날짜 순으로 오른쪽에 쓴 뒤
또 편지 시작과 맺음 시 "친애하는", "사랑하는", "아끼는" 등의 영어식 "Dear"에 대한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한다.
이후, 편지 시작이나 중간쯤 편지를 쓴 사람이 질문을 하거나 ~에 대한 너의 의견을 알려달라는 식의 문장이 나오니 이 포인트들을 다 잡아서 답변을 해야 한다.
건강하니? 요즘 일은 어떠니? -> 서브 포인트. 답변을 하고 지나가야 함.
예를 들면, "여전히 건강해. 일은 상당히 바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 등등.
이거에 대해 네 생각은 어떠니? -> 제일 중요한 메인 주제에 대한 답변.
보통 찬성/반대, 긍정/부정 중 골라서 답변하면 되며 근거를 한두 가지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당연히 네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낫지. 네 직장이잖아. 또한 네 능력을 개발시키는 것 또한 중요해." 이런 식.
마지막 C1~C2에 해당하는 문제는 사회/환경/과학 등 구체적인 한 분야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나의 의견을 표명하는 쓰기 주제이다.
이번 시험 주제는 "최근 가족 간 세대 충돌이 늘고 있으며,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써라."였다.
여기서 ㅎㅎ 예상치 못한 문제는 내가 "충돌(xung đột)"이란 단어를 난생처음 봤던 것이다^^...
(단어 공부는 평소에 열심히 해야 한다..)
느낌 상 안 좋은 뜻인 건 알겠으나 정확한 뜻을 몰라서 3번 문제는 대략적으로 general 하게 뭉뚱그려서 썼다.
여하튼 찬성/반대, 동의/미동의, 긍정/부정 중에서 입장을 정하고 근거를 3가지 정도 정해서 쓰면 된다.
3. 듣기
듣기는 망했다. 그래도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다 못 볼뿐만 아니라
30번대 문제부터는 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지문 해석 자체도 시간이 좀 걸려
진짜 실력에 따라 갈리는 파트이니 마음 편하게 보면 된다.
대신 파트별로 지문 시작 전 준비 시간을 주는데, 이 시간에 최대한 20번대 이후 문제 및 선지들을 빠르게 스키밍 해놔야 한다.
대략 3~4번 1분간 준비 시간이 있다.
화면도 컴퓨터 화면으로 시험을 보니 그냥 최대한 집중해서 보면 된다.
4. 읽기
읽기는 날이 갈수록 시험 문제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강의 난이도.
예전에는 그래도 시험 지문 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많았는데,
요즘 문제는 속담, 관용어구, 사자성어 등 언어적 해석과 표현을 묻는 문제가 훨씬 많아졌다.
즉, 지문 내에서 답을 대놓고 보여주는 문제가 많이 사라졌고, 지문을 더 꼼꼼히 읽으면서 앞뒤 맥락을 파악하며 언어적 표현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제일 자신 있었던 파트가 독해 파트였는데 독해를 제일 못 봤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단어는 진짜 많이 외워놓아야 지문을 대충이라도 읽을 수 있다.
시험 결과는 2주 후에 호치민 인사대 베트남어 학과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http://vns.edu.vn/index.php/vi/#
여기 링크에서 khóa học tiếng Việt - Thi năng lực tiếng Việt - kết quả thi로 들어가
시험 접수표에 쓰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점수 창이 뜬다.
내 시험 점수. 다행히 말하기 시험을 잘 본 편이어서 독해와 듣기가 커버되었다.
10점 만점에 7.5점으로 운 좋게 C1을 땄다.
베트남어 시험 준비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 후기를 읽어보며 기출 문제 및 예상 문제를 파악하며 대비하는 것이 꽤 효과적이다.
오늘 포스팅은 여기서 끝.
'호치민 일상 >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0825 - 호치민 1군 일본식 BBQ 식당 탐방, 'Gyu-Kaku(규카쿠)'. (0) | 2020.09.02 |
---|---|
20200821 - 생일 셀프 축하~! 니코 사이공에서 호캉스 즐긴 날. (0) | 2020.09.01 |
20200811 - 호치민 2군 타오디엔, 호주인이 운영하는 치즈 케이크 전문 카페 'Cheesecake ngon(치즈케이크 응언)' (0) | 2020.08.24 |
20200810 - 호치민 1군 일본식 야키니쿠 먹으러 'Akatonbo(아카톤보)'로. (0) | 2020.08.21 |
20200807 - 아구찜 최고존엄 부산 상회에서 아구찜 조진 날. (0) | 2020.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