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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일상/Daily Life

20220831 - 베트남에서 뎅기열 걸려서 하직할 뻔한 1주일(호치민에서 뎅기열 의심될 땐 5군 열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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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국 귀국 직전에 점심을 같이 먹고 일본인 타운 바로 앞 호텔의 카페 야외석에 앉아있다가 모기한테 왕창 뜯긴 적이 있었다.

뭐 동남아에 살면 모기한테 물리는 것 정도야 큰일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한 1주일 정도 지났을까, 화요일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근육통(특히 허리)+오한이 갑자기 들어서 그날 제대로 잠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고 출근을 했다.

그 다음 날 아침부터는 37.5도 정도의 미열이 났고, 미열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길래

혹시 코로나 재확진인가 싶어서 자가 키트로 아침저녁 검사를 해봤건만 당연히 결과는 음성이었다.

일단 출근은 해야 하니까 해열제 먹으면서 일을 계속했는데

해열제를 아무리 먹어도 정상 체온까지는 절대 안 내려가더라.

그냥저냥 살만한 정도인 37.5도~38.5도 왔다 갔다 하며 3일 동안 열이 지속이 됐다.

그나저나 사람 몸은 생각보다 강해서 38도 이상으로 열 올라가도 살만하더라ㅋㅋㅋ

어쨌든 금요일까지 병원 안 가고 버티다가(사실 시간도 없기도 했고) 이유 없이 열이 오르는 게 이상하다 싶어

일 제일 적은 금요일에 출근하고 11시쯤 조퇴계 내고 7군 삼성하늘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이때부터 눈 쪽으로 통증이 생기기 시작함...

안와통증이 너무 심해서 눈 뜨고 있기도 힘들 정도라 깨질 것 같은 머리 부여잡고 진료 수속을 했는데

열이 너무 높다 보니 코로나 검사부터 하고 진료보자 해서 검사했는데 이때도 당연히 음성ㅠ

소변 검사까지 해도 염증 수치 모두 정상이길래 따로 치료를 더 해줄 것은 없고 수액이나 맞고 가라는 의사쌤 말.

몸살 수액 2개+비타민 수액 1개 2시간 반 동안 맞고 무려 3백2십만 동이라는 미친 진료비+수액비 플렉스를 했다.

18만 원짜리 수액, 내 돈...

수액 맞고 38.1도에서 37.7도로 어쨌든 열이 떨어지긴 했으니 집 가서 약 먹으라고 해서 약을 받아들고 나왔다.

이 와중 약 먹어야 되니까 밥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진국백가만두 가서 돼지국밥을 먹음. 여기 국밥은 존노맛...ㅋㅋㅋ

밥 먹고 약 먹으니까 또 의외로 괜찮아서 미뤄왔던 뿌리 염색을 하러 마농에도 다녀왔다. 미친놈아 이때 집을 갔어야지

큐티한 마농 헤어살롱 디자이너 친구분이 맡기고 간 고냉이.

포션 맞으니까 살만하다고 집에 와서도 아무렇지 않게 티비보다가 잤는데 이때까진 꿈에도 몰랐다. 밤에 이렇게 고열로 난리가 날 줄은^^...

​밤부터 구역질 시작+열 39.5도 돌파+열 잠깐 떨어지면 몸에 닭살 돋을 정도로 오한 느낌+땀으로 잠옷이랑 침구 다 젖음 콜라보로 이 날도 잠을 못 잤고...

결국 다음 날 새벽까지 버티다가 병원 가기 직전에 열 재보고 택시에 실려서 5군의 열대 병원으로 갔다.

빈맥 병원하고 열대 병원이 뎅기열 진단&치료 가능하다는데 걍 집에서 가까운 데로 가느라 열대 병원으로 갔다.

진료는 병원 입구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건물로 들어가서, 2층에서 접수하면 된다.

참고로 열대 병원의 영업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저녁 8시까지지만 점심시간 앞뒤 한두 시간 피해서 가는 걸 추천한다.

진료볼 때 베트남어로 진료 보니 염두에 두시고 가시길.

막상 의사 진료 보니까 10분도 안 걸렸다. 팔 걷어보세요, 아 해보세요 하고 열 얼마나 났어요? 묻고 뎅기열이네요 피 검사하고 오후에 검사 결과 들으러 오세요 해서 피부터 뽑았다.

31번인가 32번 방에서 피 뽑고 오후에 결과를 들으러 가면 된다.

막상 뎅기열인 거 진단받고 나니 애초에 한국 병원 가지 말고 바로 열대 병원으로 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뎅기열은 따로 치료 약이 없는 병이라 해열제, 비타민, 칼슘 약만 받아서 왔다. 뎅기열 진단받고 나서는 의사가 그만 와도 된다고 할 때까지 매일 피 검사를 해야 함.

그 말인 즉슨, 매일 오전 오후 열대 병원에 출석을 해야 한다는 말...^^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란 말에 들깨 시래기로 직행해서 된장찌개랑 가자미구이 조지기.

그도 그럴 것이 나머지 4일동안은 흰 죽 한 그릇하고 포카리만 먹을 수 있었다. 음식 하나도 안 들어감;

마지막 고열 정점을 찍고 나면 열이 쭉쭉 떨어지면서 피부 모세혈관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열나는 시기보다 더 힘들었던 이 시기.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가려워서 밤에 잠을 못 잔다ㅠㅠㅠㅠㅠ

팔은 물론이고 다리에 요런 붉은 반점들이 퍼지기 시작하고 손가락하고 발가락 관절들이 퉁퉁 붓는데...

이게 뎅기열의 거의 마지막 단계. 요 단계 지나면 바로 낫기 시작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참고 또 참아야 한다ㅠㅠ

증상 정리:

  • 1일차: 근육통, 미열, 오한
  • 2일차: 근육통 사라짐, 열 37.5~38.5도 왔다 갔다 함.
  • 3일차: 열 지속, 해열제 먹으면 아주 약간 열 내려 감
  • 4일차: 안구 통증 시작, 몸에 열꽃같이 반점 아주 약간 생김, 38.5도 이상 고열 시작
  • 5일차: 고열 지속, 식은땀, 오한
  • 6일차: 고열 마지막 단계로 39.5도 이상 찍었다가 내려오며 식은땀
  • 7일차: 몸에 발진 퍼짐, 가려움증 시작
  • 8일차: 가려움증 덜 해짐, 보통 체온

결론: 38~40도 고열, 오한, 식은땀, 안구 통증(개중요, 눈 뽑힐 것 같이 아픔), 피부 발진 있으면 바로 대형병원으로 달려가자.

그래도 주말 지나니까 확 좋아져서 회사 출근도 다 했다, 휴우

추석이라서 회사에서 받은 반 쭝투는 고대로 친구네 집에 보내는 걸로~ 다음번엔 계란 노른자 말고 녹두 주라 회사야

​연휴에 방콕 못 갈까 봐 예약 다 취소해야 하나 했더니 그래도 딱 출발 전날 완치 판정받아서 다행이었다ㅋㅋㅋ

그래도 집 나간 입맛 돌아오지 않아... 운동 죽어라 해도 안 빠지던 체중이 3키로나 빠졌다.

 

얼른 다시 열심히 먹고 벌크업 해야지, 다들 뎅기열 조심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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