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일상/Daily Life

20250303 - 한국은 그립지만 비자런은 안 그리워 3

쭈HCM 2025. 3. 1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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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기 전부터 친구들이 내 기분을 어떻게든 좋아지게 만들겠다며

한국 와서 뭐 하고 싶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었다

이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고, 사람 마주치기도 싫고,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면서 지내다오고 싶었는데 선택지까지 들이미는 친구들 기대에 부응 안 할 수 없어서 어거지로 일단 하나 고름🤣

병원 다녀오고 평일 점심에는 피자를 포장해와서 웅이네 가게에서 먹었다

먹고 싶은 게 없는 줄 알았는데 한국식 피자는 먹고 싶었어

피자 진짜 최고의 선택이었다

다음에 한국 갈 때도 잭슨 피자 먹자고 해야지

이번 한국 갔을 때는 도저히 명동이나 이태원 갈 짬이 안 나서

꿩 대신 닭..너낌으로 알이랑 같이 강남교자

아 역시 강남교자는 뭔가 1% 부족해

밥 먹고 나왔는데 요 근처 카페들은 대체 영업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지?

오랜만에 봤는데 제대로 얘기도 못 한 것 같네🥺

다음 날은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친구들이랑 코스모스 보러 가는 날~

다들 주말인데 아침부터 일어나서 웅이 차 타려고 월곡역에서 모였다

차 있는 친구 있으니까 편하긴 편하고만?

20살에 재수학원에서 만나 우리는 이제 속 편한 음식 찾는다고 보리밥집을 가는 30대가 되었읍니다,,,

원래 어느 시간에 가든 웨이팅이 있다고 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편이어서 10분 정도 기다리니까 자리가 금방 났다

도토리묵무침 도라이;

밥 먹고 나서 바로 돗자리 챙겨서 호수 앞에 자리 잡기!

호수 바로 앞에 있는 카페 브리끄에서 음료 시키고 간식으로 먹을 빵까지 야무지게 골라왔다

이날 한 것 중에서 이렇게 돗자리에 누워서 호수 구경하는 게 제일 좋았어

이제 차를 두 시간만 타도 어디 누워야 체력이 가능한 나이대ㅎㅋ

항상 우리 사이에 껴서 기 빨려주는 웅이가 제일 고생이다~.~

이렇게 누워있다가 너무 늦기 전에 구리로 넘어가서 찐 코스모스 구경 시작🌸

무려 이름도 코스모스 길

코스모스가 만개할 때는 저 군락지에서 코스모스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축제 끝나고 다녀와서 그래도 한가롭고 여유롭게 구경을 할 수 있었삼

근데 주차장에서 코스모스 길까지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함

뭔가 한참을 걸어도 안 나오는....ㅋㅋㅋㅋㅋㅋ​​

언제 나와? 언제 나오지? 백 번쯤 하다 보니 코스모스 군락지가 나옵디다

축제 기간에 비해서는 코스모스가 뭔가 살짝 축 처져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펴있음!

코스모스 좋아하세여?

저는 진짜 좋아하거든여🥰

11월 초인지라 추울 줄 알고 긴팔 긴 바지에 플리스까지 가져왔건만

걷다 보니 개 더워서 다들 겉옷 옆구리에 끼고 걷기 시작ㅋㅋㅋㅋ

나중에는 땀까지 나더군요

머리 왜 이렇게 산발됨?

코스모스 군락지 끝까지 보고 나면

이제 주차장까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함.....

그래도 이때쯤부터 해가 지는 시간이라 그래도 돌아갈 때는 좀 덜 더웠던 걸로 기억함

 

우리 모임에서 쪼꼬미를 맡고 있는 둘

뭔가 전나 열심히 얘기를 하며 걸어갔나 보다ㅋㅋㅋㅋㅋ

이날의 한국은 정말 완벽 그 자체

가장 예쁜 계절에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과 빼곡히 채울 수 있던 하루

구리에서 서울 가는 길이 너무 막히기도 했고 웬걸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이 폐업하고 고깃집으로 바뀌어있었다ᅲᅲᅲᅲᅲ

막 그렇게 맛집은 아니어서 기억에 남지는 않았음

출국 당일에는 캐리어 질질 끌고 부천에 사는 오빠네까지 갔다

와 진짜 23인치 캐리어 끌고 서울에서 부천까지 간 내가 너무 장하고?

그나마 오빠가 지하철역까지 데리러 나와줘서

캐리어 끌고 마을버스까지 타야 하는 고생은 덜 했다

대충 짐만 내려놓고 새언니 만나서 집 앞 고깃집에서 갈비 뇸뇸

1년에 1번 꼴로 보는 조카는 어느새 뛰어다니기까지 하네

시간아 멈춰줘

 

밥 먹고 잠깐 동네 산책 좀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어색한 조카랑 아주 잠시 시간을 보냄

ㅋㅋㅋㅋㅋㅋㅋㅋ안고는 있지만 어색한 손

옛날에(그래봤자 작년) 안아봤을 때는 진짜 작고 가벼워서 부서질 것 같아 제대로 안지도 못했는데

꽤나 묵직해졌어?!

조카와 새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오빠가 공항까지 태워주던 길

와플 대학에서 와플까지 진짜 꾹꾹 밀어 넣었다

아시아나 기내식 맛있어

기체는 오래돼서 구리긴 한데 기내식은 왜케 맛있냠

이렇게 한국을 1주일 정도 다녀오며 또... 또!!!!!! 여행 비자 3개월 연장 완.

와 지금은 취업해서 다행이다 이 짓을 더 한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돋네

아래는 인터넷에서 본 짤인데 진짜 극 공감

물론 살면서 잠깐씩 힘들긴 하지만 이 힘든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혹은

문제가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문제로 계속 힘든 상태가 연이어 이어진다면

병원 가 제발

그리고 본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 아니까 남들이 하는 "그렇게 치면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남들도 그 정도는 힘들어할걸", "너만 그런 거 아닐걸" 이런 말에 휘둘리지 말기

위 트윗처럼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게 정말 초기인데

감기도 초기 감기 잡는 게 쉬운 것처럼 정신 질환도 그러하다

여튼 지금은 2달 치 약도 다 먹은 덕에 아주 건강

2주마다 심리 상담도 하고 있고, 하기 싫은 건 억지로 안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요

이번 한국은 비자 때문에 나갔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나가서 친구들 만나고 오길 정말 잘했다

계속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 덕에 새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

작년에는 힘들었으니 이번 2025년은 행복하기만 바라면서,

한국 방문기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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